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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7. 3.

    by. adsmattew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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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도 로시와 건축의 기억

      🏙️ 알도 로시와 건축의 기억: 도시를 새기는 시간의 조각

      “도시는 기억의 저장소이며, 건축은 그 기억을 시간 속에 새기는 조각이다.” – 알도 로시
      오늘은 도시와 건축, 그리고 ‘기억’의 관계를 깊이 탐구한 건축가 **알도 로시(Aldo Rossi)**의 사유와 작업 세계를 살펴봅니다.

       

      1. 알도 로시의 철학적 배경과 건축의 기억 개념

       

      알도 로시(Aldo Rossi, 1931–1997)는 이탈리아 건축가이자 도시 이론가로, ‘건축의 기억(architecture memory)’ 개념을 정립한 인물입니다. 1970년대와 80년대 출현한 포스트모던 건축의 맥락 속에서 그는 기존 도시의 역사와 형식을 중시하며, ‘기억을 가진 장소(place with memory)’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당시 기능 위주의 모더니즘 건축이 획일적 공간을 만들어낸 것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었으며, 로시를 도시 이론 분야의 주요 사상가로 자리매김하게 했습니다.

      그는 ‘기억’이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도시적 대상들이 지속적으로 시간을 견디며 누적되는 경험의 결과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건축가는 새로운 형태를 추가하기보다, 과거의 존재를 계승하고 연결하는 매개자로서 역할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이는 도시가 단순한 물리적 집합물이 아닌, 공동체의 역사와 감정, 상호작용을 담는 기억의 공간이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로시의 이론은 건축과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을 크게 전환시켰습니다. 그는 1966년 저서 『건축의 도시』에서 정치가이자 철학자로서 공간을 분석하며, 도시 유형 typology의 반복이 기억을 가능케 하는 구조라고 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로시는 도시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상징들로 구성된 집합적 기억의 장으로 규정하며, 건축의 역할과 디자인 방향성을 새롭게 제시했습니다.

      #알도로시 #건축기억 #도시철학 #포스트모던비판 #도시유형론


      2. 도시 유형과 건축의 집합성 – 로시의 이론적 전개

       

      알도 로시는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 타이폴로지(typology, 유형론)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그는 도시를 요소들의 집합으로 보고, **건축 형태의 반복성(repetition)**이 기억의 연속성을 형성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건물 하나가 아닌 연속되는 주택, 광장, 교회, 묘지 같은 집합적 공간이 도시 기억의 핵심 요소로 기능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론은 기능적 분업이나 현대적 계획 논리를 넘어, **“형식이 곧 기억이다”**라는 그의 사상으로 이어집니다. 즉, 간단한 구조(정사각형 주택, 원형 교회, 계단식 계단)가 반복될 때, 도시 구성원은 공간 자체에서 시간의 층위를 인식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도시는 시간 축을 내포한 장소(memory place)가 되며, 건축가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교차를 매개하는 설계자가 됩니다.

      이 개념은 특히 현대 도시 재생과 문화 유산 보존 담론에서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로시는 오래된 도시 재생 시에도 기존 도시형태를 존중하고 연결하는 방식을 강조했으며, 이는 전 세계 도시 재생 프로젝트들이 겪고 있는 정체성과 역사성의 손실 문제에 대해 깊은 시사점을 제공했습니다.

      #도시유형 #타이폴로지이론 #형식과기억 #도시설계철학 #도시재생이론


      3. 대표작 분석: 갈라라테세 단지와 산 카탈도 묘지

       

      로시의 이론은 이론서에만 머무르지 않고 여러 건축 프로젝트에서 구체적으로 구현되었습니다. 먼저 **이탈리아 밀라노 외곽의 갈라라테세 주거단지(1963–68)**는 주택의 반복적 배열을 통해 타이폴로지 원칙과 기억의 구조를 실현한 사례입니다. 단지 내 주택 구조는 규칙적으로 배열되었으며, 규모와 비례의 일관성을 통해 주민의 일상과 도시 기억이 공간에 새겨질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또 다른 주요 작품은 볼로냐 인근 산 카탈도 묘지(Cemetery of San Cataldo, 1971–84) 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공간의 기념비성, 죽음과 시간, 기억의 상징을 건축적으로 표현한 대표 사례입니다. 로시가 설계한 유골 수납소 ‘세리마토리움(Cinerarium)’은 단순하지만 강렬한 기하학적 조형과 빛의 구조를 통해, 공간에 내재된 시간성과 인간 존재의 실존적 가치를 환기합니다. 이 묘지는 도시의 기억만이 아닌, 인간 존재를 둘러싼 본질적 질문을 건축으로 묻는 장소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로시가 주장한 형태의 반복, 기하학적 질서, 역사적 맥락의 통합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며, 도시와 건축, 인간과 기억을 잇는 공간 철학을 실체화했습니다.

      #갈라라테세단지 #산카탈도묘지 #기하학건축 #기념비적공간 #공간철학


      4. 기억의 건축이 오늘날 건축 담론에 던지는 질문

      알도 로시의 작업은 20세기 건축 이론과 디자인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의 ‘건축의 기억’ 개념은 도시 재생, 기억 공간 설계, 장소 정체성 강화 등을 위한 실천적 이론을 제공했으며, 단순한 미학을 넘어 공간으로서의 도시, 경험으로서의 장소를 재정의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오늘날 스마트시티와 디지털 공간 논의가 주목받는 시점에서, 우리는 종종 장소성(place-ness)과 역사성, 기억을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로시가 남긴 사상은 이러한 현대 흐름에 대한 날선 반성입니다. 즉, 공간은 기억을 담는 매체이고, 그 기억을 복원하고 존중하는 것이 도시와 건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길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또한 로시의 철학은 앞으로 펼쳐질 논의—예: 타풀리나스와 포스트모던 비판, 들뢰즈의 매끄러운 공간, 하이데거의 거주·사유·짓다, 푸코의 헤테로토피아—에 대한 이론적 토대가 됩니다. 왜냐하면, 기억과 장소성은 이 모두의 문제와 교차하기 때문입니다. 로시가 제시한 기억의 철학은, 다음 주 탐구할 주제들을 이해하고 비교하는 데 있어 역사의 실체와 존재의 층위를 놓치지 않도록 돕는 사유의 기준점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알도 로시는 단순한 건축가가 아니라, 공간을 통해 인간의 역사와 존재를 묻는 철학자였습니다. 이는 우리가 건축과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을 더욱 넓고 깊게 만드는 영감을 줍니다.

      #기억의건축 #로시철학유산 #장소정체성 #도시기억공간 #건축사상